블로그에 꾸준히 글을 올리는 사람으로서, 2023년이 가기 전에 회고록을 꼭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이력서나 포트폴리오를 준비할 때를 제외하면 스스로를 돌아본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죠.
처음에는 왜 굳이 회고글을 쓰는가에 대한 의문이 참 많았는데요(지금도 그렇지만),
막연하게는 스스로를 칭찬 또는 격려해주고 싶은 것 아닐까 생각했었습니다.
성향에 따라 저같은 사람들은 채찍질하기 바쁘겠지만요.
어쨌든 오늘은 공부할 시간을 일부 포기하면서라도 제 1년 간의 행보를 돌아보고
내년에는 어느 정도의 노력을 어디에 쏟아 부어야 할지 가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음, 우선 올해의 마지막인 오늘을 기준으로 제 상황을 정리해보자면...
저는 대학원 인턴에 합격해서 오늘부(2023.12.31)로 퇴사하게 되었구요,
해당 연구실에서 일방적으로 합격 취소 통보를 하는 바람에 그냥 백수가 되었습니다.
올해 초, 네이버 부스트캠프 AI Tech (이하 네부캠) 4기 수료 (2023.02)
제 블로그를 이전에도 보신 적이 있다면 잘 아시겠지만, 저는 작년 9월(2022.09)부터 부스트캠프 AI Tech 4기 NLP 교육을 받고 올해 2월에 수료했습니다. [이전 포스팅]
부스트캠프의 시험을 준비하면서 처음 인공지능을 공부하게 되었던 저에게 교육 과정은 꽤나 버거웠고, 사실 그 상태로 바로 취업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그닥 나아진 수준은 아니라고 느끼지만.. 그땐 정말 최악이었으니까요 🫠
돌아보면 네부캠을 포함한 여러 부트캠프는 크게 두 대상을 타겟으로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1) 저와 같은 완전 초짜
2) 취업 성공 사례가 되어줄 고수
모집할 때는 초짜들을 현혹시켜 돈을 버는 것이죠 뭐..
네부캠 교육은 워낙 퀄이 좋았던 터라 이에 대한 불만은 없지만, 이를 발판 삼아 성장해야 하는데 이를 발판으로 삼을 힘조차 없었던 과거의 제가 참 바보같아서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지금이라면 많이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어쨌든 교육은 끝났고 이제는 홀로서기 해야할 때가 됐습니다.
이후부터는 개인적인 프로젝트, 학습을 이어나갔습니다.
네부캠 수료했다고 뭘 해보기에는 경험이 너무나도 부족해서 개인 공부를 하며 취준을 이어나갔습니다.
데이콘 입사 (2023.05)
5월 중순에 데이콘이라는 AI 경진대회 플랫폼에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취업하게 되었습니다.
퇴사하게 된 지금 생각해도 조금 놀라운 일이긴 했어요.
그때도 진짜 아는 게 없었고.. 또 취업을 막 준비하던 시즌이 아니었거든요.
취업은 운이라고 하는 이유에 대해서 많이 깨닫게 된 시기였습니다.
그냥 내가 회사에 지원하는 순간에, 회사에서 나와 같은 사람을 필요로 하는 타이밍이 운명처럼 맞아 떨어지면 되는 것 뿐이니까요.
제가 가지고 있는 능력치에 비해서는 좋게 비춰질 요소들이 있었던 것 같네요.
일을 시작하고나서는 스스로 아쉬움을 많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보통 인공지능을 공부하거나 활용할 줄 아는 사람들은 '머신러닝 -> 딥러닝' 순서로 공부를 하는데,
저는 머신러닝을 아예 모르는 상태로 입사한 셈이었거든요.
(머신러닝, 딥러닝의 엄밀하지 못한 표현은 양해부탁드립니다. 직관적인 느낌.. 다들 이해하시죠? 🙏🏻)
그래서 굉장히 기초적인 머신러닝 코드 작성하는 법을 모르기도 했고, 시계열 관련 태스크를 다룰 줄 몰라서 쩔쩔매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그런 내용들을 조금 많이(?) 공부하게 된 시기였습니다.
새로운 것들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이후에는 업무와 제 이상이 일치하지 않아 힘들어하기 시작했습니다.
막 일을 다니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퇴근, 휴일에 대한 집착이 커지게 되었죠 😅
저는 일을 하면 할수록 자연어처리 분야에 더 깊게 들어가고 싶고 최신 기술들을 공부하고 활용하고 싶은데,
업무 특성 상 그것과는 거리가 좀 멀었어요.
공정성과 신뢰성을 보장할 수 있는 대회를 열고 운영해야 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다소 보수적일 수밖에 없던 것이었죠.
그래서 근무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제가 하고 싶은 공부에 투자했어요.
(놀지 않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술 마시는 시간은 당연히 제외했어요 🍻)
저는 출퇴근 시간이 편도 1시간 30분으로 조금 긴 편이었는데요,
정말 너무 피곤한 날이 아니면 무조건 아이패드와 맥북으로 공부하면서 출퇴근했습니다 🚆
자리에 앉아갈 수 있도록 버스를 타고 집에서 직장 반대 방향의 지하철 역까지 가서 출근했고요..
서서 갈 땐 뉴스, 동영상 강의를 보고, 앉아 갈 땐 논문 읽기/정리 등 출퇴근 시간도 가득 채우려고 했습니다.
몇 달을 다니다보니 나름의 루틴이 생긴 것이,
'출근할 때 논문 한 편 보고, 퇴근할 때 한 편 정리하여 포스팅하기' 였습니다.
물론 그만큼 깊이있게 다루지 못해 아쉽기도 했지만 최신 연구들을 꾸준히 follow-up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퇴근 이후에도 개인적인 공부, 동아리 활동, 기타 프로젝트 등을 했었고, 주말에도 마찬가지였어요.
글로 적어낸 만큼 치열했는지에 대해서는 스스로 의문이 많긴 하지만..
이것저것 많이 시도도 해보고 사람도 많이 만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퇴사 생각을 쉽게 하지는 못했어요.
직장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분명 큰 차이가 있고, 가고 싶은 방향이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생각했거든요.
일을 해보니 제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점점 더 깨닫게 되었습니다.
기술적인 것보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 것이 첫 직장 생활의 수확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각종 활동 및 컨퍼런스 참여
잠시 다른 이야기가 되는 것 같긴 하지만.. 일을 시작하기 전에서부터 이것저것 도움될 것 같은 걸 여럿 시도했습니다.
일을 하게 된 타이밍과 겹쳐서 애를 먹은 것도 있고.. 덕분에 굉장히 정신이 없어서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경험으로 정리해볼 수 있는 건..
- 코칭스터디 수료 (2023.05 - 2023.06, 리드 부스터)
- 오픈소스 컨트리뷰션 아카데미 수료 (2023.07 - 2023.09) [이전 포스팅]
- 구글 머신러닝 부트캠프 수료 (2023.09 - 2023.11) [이전 포스팅]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동아리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던 터라서 이게 겹치던 시기에는 일정이 지나치게 빡셌던 기억이 있네요.
여기에 개인 공부도 해야 하니까 진짜 빡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무래도 규모도 크고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나게 된 '구글 머신러닝 부트캠프'입니다.
관심사가 겹치는 여러 사람들 중에서 진짜 마음까지 잘 맞는 몇몇을 만나 소통하게 되었음이 참 만족스럽습니다.
그래도 인적 네트워크를 제외한다면 큰 소득은 없었다고 보는 게 맞지 않나 싶습니다.
들였던 시간과 노력을 저의 진정한 성장에 투자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현재는 지인의 소개로 '글또 9기'(2주에 한 번 글쓰기 인증..)에 참여하게 되었고,
'AI Link'라는 신생 커뮤니티 운영진으로 활동도 시작했습니다.
지금 드는 생각은 어떤 활동이나 프로젝트든지 간에 '제가 해야하는 가장 중요한 일을 방해하는 것들은 하면 안된다' 입니다.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알게 된 분들도 많고 좋은 경험을 쌓았습니다.
그래도 내년에는 저 개인의 성장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가지치기를 잘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연구실 인턴 지원 & 합격 & 퇴사 & 불합격 (2023.11 - 2023.12)
주변 영향일까요, 아니면 원래 그랬던 걸까요.
결국 저는 연구직에 도전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솔직히 지금도 잘 모르지만, 그냥 제가 재밌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이런 직종에서 하는 일이 아닐까 싶었어요.
논문보고 기술 찾아보고, 그걸 또 내 걸로 만들고, 성장하는 과정도 재밌고..
만약 그게 저의 업이 된다면 노력과 재능에 합당한 보상도 주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고..
아직은 아무 것도 모르기에 하는 얄팍한 생각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마치 코딩을 처음 접했을 때와 같은 설렘이 있어요.
아, 이거구나. 난 이걸 해야겠다.
이런 설렘이요.
(주변에는 진짜 이상형인 사람을 만나면 이런 기분이 아닐까 싶었다고 설명하곤 했습니다)
그래도 언제부터 준비해야 할지, 어떤 것부터 해야할지 조금 막막했는데 주변 친구가 좋은 지원 기회를 소개해줬습니다.
같이 대학원 입시를 준비하게 된 친구인데, 그 친구도 지원했죠.
열심히 CV도 만들고, 오랜만에 자소서도 써보고.. 열심히 준비했고 시원하게 떨어졌습니다.
나름 기대했는데 아쉬웠어요.
인턴으로서 인터뷰 기회 갖는 것 자체도 쉽지 않구나.. 🫠
이때가 11월 중순이었는데, 본격적으로 연구실들을 막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세상에 연구실이 이렇게 많은지 처음 알았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일단 학교마다 연구실 접근하는 페이지도 다 다르고...
들어가서 연구 뭐하는지, 실적은 어떤지 등등 찾아보는 과정이 엄청나게 빡세더라구요.
그래도 어떻게 리스트를 추려내서 우선순위가 높은 연구실에 연락을 드려봤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주제들은 포괄적으로나마 있긴 있었고, 조금이나마 쌓인 경험들을 바탕으로 문을 두드렸습니다.
감사하게도 응답해주시는 분들이 계셨고 인터뷰 일정을 잡았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몰래) 휴가를 쓰고 온라인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그리고는 '코딩 할 줄 아냐'는 질문을 들었죠 😅
일반적인 문과생들에 대한 인식이 어떤지 조금이나마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숱한 사람들이 문을 두드렸겠고, 어떤 수준인지를 잘 보여줬었겠구나.. 싶었죠.
그래도 대화는 잘 됐어요.
제 마음 속 우선순위가 높은 연구실이었고요, 일정 안내를 기다리라고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뭔가 긴가민가한 기분이라서 인턴으로서의 자격을 획득한 것이 맞는지에 대해 질문을 드렸고,
인턴으로 선발된 것이 맞다는 확답을 얻었습니다 🎉
그래서 회사에 퇴사 의사를 밝히고 퇴사 일정을 잡았습니다.
바로 오늘로요. (2023.12.31)
정리할 일들은 정리하고, 진행 중이던 일은 최대한 열심히 함께 하고 나가는 걸로 이야기했습니다.
어차피 (저의 퇴사 결심이) 말려지지 않을 걸 알아서 이야기는 깔끔하게 잘 됐구요.
음, 그런데 그냥 갑자기 메일이 왔습니다.
내부 사정으로 인해 인턴 못하게 됐다구요.
그냥 딱 한 줄 짜리 메일이었어요.
누군가에게는 되게 가벼운, 단순한 학부연구생으로서의 경험일 수 있었겠죠.
근데 저는 그게 아니었는데 이렇게 간단히 이야기가 되고 일방적으로 이런 상황을 겪을 수 있구나, 놀라웠습니다.
그냥 저에게 어떤 이슈가 있었을지도 모르겠고..
너무 황당했는데, 연구실 소속의 사람에게 문의해도 받아주지 않아서 그냥 포기했습니다.
어쩌겠어요 😇
어차피 인턴 생활과는 별개로 석사 지원을 위해 필요한 공부의 양이 엄청나게 많기도 했고..
제가 걷고 싶은 길에 지금의 생활이 크게 도움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기에 그냥 받아들이고 공부하기로 했습니다.
무소속이라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고 힘들다는 걸 알기에 그렇게 되고 싶지는 않았는데 역시 사람일은 한 치 앞을 알 수가 없더라고요.
여튼 그렇게 낙동강 오리알이 되어버렸습니다 🦆🥚
연구실 인턴이 될 줄 알았더니 그냥 백수가 되었습니다.
솔직히 화도 좀 많이 나고 서럽기도 했어요.
부족한 줄은 알았는데 이렇게까지 부족할 줄은 몰랐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도 많이 듣고, 직접 연구실에 연락을 돌려보면서 느낀 것은 제가 너무 부족하다는 사실밖에 없습니다.
꾸준히 뭐라도 했다는 생각에 오만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연말의 저는 연초의 저와 달라진 것도 크게 없거든요.
저는 비전공자라는 타이틀을 하루 빨리 벗어내고 싶었어요. 지금도 그렇고.
비전공자치고 잘한다, 공부한 시간 대비 뛰어나다, 이런 거 말고 그냥 뛰어난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근데 차이는 존재하긴 하나봐요.
기본적인 수업을 들었는지, 학교 수준이 어떤지, 이런 것들로도 충분히 필터링 할 수 있으니까요.
좋아하는 걸 일찍 찾아봤더라면 참 좋았겠다 싶습니다.
어떤 후기들을 보면 자기도 비전공자인데 열심히 해서 뭘 이뤄냈다, 하는 것들이 꼭 부트캠프가 아니더라도 종종 보이더라고요.
하여간 홍보할 때 너무 자극적인 멘트이긴 하죠.
복수전공, 부전공도 다 비전공자래요.
전공 수업을 학점으로 채워 졸업하고, 학부 연구생을 하고, 뛰어난 학교에 공학 수업까지 다 듣고도 비전공자라 조금 힘들었다~ 고 이야기들 하더라고요.
연구실적을 잔뜩 쌓아놓고..
이것도 다 현실을 깨닫게 되는 과정이겠죠.
친구들과 자주 나누는 이야기인데, 나중에는 '진짜 비전공자'로서 책을 한 권 써야겠다 싶습니다.
약간 빼앗긴 찐따/너드남 타이틀, 이런 걸 겪는 기분이라 너무 화나요 😡
연구자가 되기 위해서는 연구 기관에 들어가야 하는데, 연구 실적을 가져오라고 합니다.
연구 기관을 나온 사람들은 오지 말라고 하거나 이왕이면 좋은 곳을 가래요.
처음 인공지능 분야를 접하게 되었을 때, 대학원을 가야 하나요? 라는 질문이 꼭 붙더라고요.
아마 지금 인공지능 분야를 접하거나 공부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고민하는 내용일 것 같고요.
근데 당연한 건데... 그냥 선택권이 없습니다.
내가 좋은 데를 선택해서 가고 성장하고 뜻을 이뤄낼 수 있으면 좋은데 그게 벽이 워낙 높아야지..
그래도 해보고 싶어졌으니 어쩔 수 없다, 이게 2024년을 맞이하는 저의 생각입니다.
부족한 것들을 채우기 위해 더 열심히 할 수 있을까,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열심히 한다고 채울 수 있을까, 이게 좀 더 궁금하네요.
새해를 맞이하며 쓰는 회고록치고는 다소 우울하고 슬픈 이야기 뿐이네요.
취준을 하던 시절에 항상 하던 생각이 있어요.
"백수로 살 것인지 취준생으로 살 것인지는 내가 정한다. 나는 취준생이다..!"
근데 돌아보니 백수였더라고요.
저는 지금도 말만 번지르르하고 기록만 잘 남기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진짜 백수로 살고 싶지 않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나를 가꾸는 데 집중하지 않고, 강한 내면과 실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는 사람으로 살아보려고요.
그래도 아쉬운 것들만 늘어놓기에 한 해가 짧지 않았으니,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 딱 세 개만 정리해보고 올해를 마무리해보겠습니다.
- 금연.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 ❌
- 유튜브 삭제. 강의 영상을 보고 싶다면 크롬으로 봅니다 🎥 ❌
- 꾸준함. 꾸준히 공부한 나 자신, 칭찬합니다 📝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저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내년 회고에서는 스스로에게 떳떳할 수 있게,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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