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회고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시작한 지도 어느덧 거의 4년이 다 되어간다.
기록하는 것 자체도 좋아하고 기록물이 누군가에게 공유될 수 있다는 것도 굉장히 큰 의미를 가졌었다.
처음에는 이 업계/분야에 진입하면서 나의 노력과 열정이 누군가(아마 인사 담당자)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집중했다.
시간이 지나면 기술 블로그로 보여줄 수 있겠지? 아마 가산점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좀 더 의미가 있는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땐 아마 알고리즘 리뷰를 똑바로 작성하자고 마음 먹었을 때인 것 같다.
단순히 학습하는 내용을 남기는 글이 크게 의미가 없고, 내가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유는 어쨌든 다른 누군가가 글을 보게 하기 위함이었으니 목적에 적합한 글을 작성하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과거에는 잘쓰인 백준 리뷰 포스팅을 찾기 위해 블로그를 마구 뒤져보던 기억이 있는데, 글을 좀 똑바로 써줄 수는 없는 걸까, 답답했던 마음이 나는 글을 제대로 써야겠다 생각하는 동기가 되었다)
그럼에도 논문 리뷰는 나에게 좀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내가 이 분야를 진짜 좋아해야지만 할 수 있는 일이었고, 이렇게 공부하고 기록함으로써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
사람들도 꾸준히 많은 양의 논문 리뷰를 했다는 걸 되게 신기해하긴 했다.
(1년 간 100여 편 이상을 직접 리뷰했다)
어느덧 3년차가 되어버린 지금은 그럴 여유가 크게 없다.
하고 있는 업무와 맞닿아 있지 않은 곳들에 시간을 많이 들이기도 어렵고,
그렇게 노력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보다 다른 것을 배움으로써 얻는 게 많은 듯하다.
글을 써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하나의 글로 정리하고 다듬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시간'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은 정말 가끔 한 편씩, 너무 딥하지 않은 글을 쓰는 것 정도가 좋다.
재밌는 건 의외로(?) 생각보다 다양한 곳에서 블로그를 봤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된다는 점이다.
지인의 연구실 인턴이, 회사 옆자리 직원이, ... 등등 '누가 찬무지 블로그 보고 있더라'는 이야기를 가끔 듣곤 한다.
요즘같이 똑똑한 AI 서비스가 많은 세상에도 의외로 수요가 있는 글들이 있다는 건 되게 재밌는 현상이라고 느꼈다.
논문은 NotebookLM으로 보면 되고,, 취준 후기 같은 건 직접적인 도움이 되기 어려울 수도 있는데,,
여하튼 블로그를 n년째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그런 목격담이나 간증들 덕분에 주기적으로 글을 쓰는 게 나름의 책무(?)로 느껴지는 순간들도 있고,
또 지난 한 해를 돌아보지 않고서는 너무 아쉬울 것 같은 생각들이 많아 간만의 회고를 작성해 보게 됐다.
1. 두 개의 큰 프로젝트.
지난 25년엔 업무적으로 크게 두 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 은행에 솔라 기반 RAG 플랫폼 구축하기 (상주 프로젝트)
- 업스테이지 Enterprise LLM 플랫폼 구축하기
얼핏 보면 굉장히 비슷한 프로젝트들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상주 프로젝트는 정말 쉽지 않았다.
고객사 지하 개발실로 8개월 출퇴근을 하게 됐는데,,
출퇴근을 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배가 불렀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업스테이지는 상주 프로젝트를 하지 않는 게 원칙이고, 나는 심지어 정규직 전환 1일차에 상주 프로젝트를 담당하게 된 불운의 케이스였다.
(큰 프로젝트라 레퍼런스를 확보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누군가는 해야 된다면 내가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으나,
천장도 낮고 바깥 풍경도 볼 수 없는 고객사 지하 개발실에 갇혀 지내는 것만으로 큰 스트레스가 되었다.
게다가 이 프로젝트는 파트너사와 함께 수행했는데, 구도가 정말 특이했다.
업스테이지는 모델을 공급하고 파트너사는 RAG와 플랫폼을 책임지고 개발하는 입장이었는데,
RAG라는 것 자체가 모델 성능에 크게 의존할 수 없다보니 결국엔 RAG를 평가하고 개선하는 데 많은 시간을 쓰게 되었다.
너무 슬펐던 것은
- 폐쇄망 환경에서 ChatGPT는 고사하고 인터넷 검색도 할 수 없는 컴퓨터로 작업을 해야 했다는 점
- 실제로 성능 개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파이프라인 제안과 프롬프트 개선밖에 없었다는 점
- 그래도 회사가 중요하다며 업스테이지 내부 회의도 참석해야 하고 자산으로 남기려고 노력해야 했던 점
등이다.
그래서 굉장히 규모가 큰 프로젝트에 수많은 인력이 투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엔지니어 입장에서) 전혀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빠르게 변하는 바깥(고객사 바깥 현실 세계) 기준으로는 이미 한참을 뒤처진 기술들만 억지 구현했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퇴근 후에는 최신 동향을 살펴보는 내 모습과, 주피터 노트북으로 프롬프트를 깎는 프로젝트 내의 내 모습이 너무 대비되어서 힘들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냥 RAG 플랫폼 구축을 잘했나보다 하고 마무리되었던 것 같다.
제한된 환경이기 때문에 경험할 수 있고 배울 수 있던 점도 많았지만 그렇지 않았던 점이 더 많아서 슬펐는데,
그 경험을 우리가 앞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들에 잘 녹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들을 많이 전달받아서 더 슬퍼졌다.
나는 유의미한 경험을 하지 못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어진 프로젝트가 그랬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이전의 경험에서 배운 것들을 다음에 잘 녹여낸 것은 맞는 것 같다.
근데 이건 순전히 개인 능력치로 커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면,
'RAG 프로젝트했는데, 그래서 어떤 DB 써야 되는지 의견 주세요'
와 같은 상황이 있었다.
하지만 이전 프로젝트 수행 당시 플랫폼, 데이터 적재, DB 등 모든 작업은 파트너사가 수행했기 때문에 내가 알 수 있는 지식 범주에 속하는 내용들이 아니었다.
그래서 결국 책임만 생겨서 리서치해보고 실행해 보고 판단하는 과정들이 있었는데 이것도 엄청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특히나 이런 작업을 당시 함께 근무하던 인턴 두 분과 같이 했어야 하는데, 두 분의 업무도 세팅해 드리면서 내 할 일도 챙기려니 여간 정신이 없었던 게 아니다.
그래도 덕분에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
(다만 이런 걸로 좋았다고 위로하거나 가스라이팅 당하고 싶지는 않다)
모든 걸 주체적으로 찾아보고 테스트해보고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고 직접 개발하는 과정은 확실히 많이 도움이 되었다.
개발 베이스가 없는 나로서는 그 과정이 너무 힘들었는데, 역시 절벽으로 던져지면 어떻게든 올라올 힘은 있었나 보다.
API를 만들어야 한다,, 는 말조차 전혀 이해가 되지 않던 상황에서 플랫폼에 연동 가능한 Agentic Pipeline을 설계하고 구축해야 했던 게 불과 몇 달 전이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개발 쪽에 많은 경험과 탄탄한 지식을 갖춘 엔지니어가 동료로 존재해서 도움도, 피드백도 많이 받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안 그래도 요즘 세상이 에이전트만 찾고 있는데 그 추세에 너무 동떨어지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또 언젠가는 이렇게 개발 지식들을 많이 습득해야겠다 생각했는데 업무를 통해 배우니 성장폭이 꽤 컸던 것 같다.
그리고 한 번 상주 프로젝트를 해서 그런지 재택 형태로 근무한다는 것, 업무에 필요한 도구나 기술들을 전폭적으로 지원받으며 뭔가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점도 엄청나게 만족스럽긴 하다.
우당탕탕 업무를 수행하다 보니 온전히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도 많이 남아있지만,
앞으로 더 고도화하고 개선할 여지들을 고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즐거운 상황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on-premise 상황에 국한되지 않고 더 많은 방법론들과 기술들을 동원해서 문제를 잘 풀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요즘 많이 든다.
환경적인 특성상 on-premise로 가게 되면 follow-up 하는 것조차 너무 쉽지 않달까..
특히나 cloud 기준으로 눈높이를 가진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는데 무기가 너무 적은 것 or 작은 것 같다.
지금은 그래도 기본적인 뼈대를 갖추어 방점을 한 번 찍어두었는데 앞으로가 (약간?) 기대된다.
어쨌든 너무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상반기와, 업무에 미친 듯이 몰입하고 성장해 온 하반기로 1년이 구분되는 듯한데,
써놓은 내용을 살펴보면 상당히 회의적인 스탠스이지만 실제로는 최근 업무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지인들에게는 입이 닳도록 이야기했는데, 나는 일을 많이 하더라도 그 일이 의미가 있고 재밌으면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페이가 동일하다는 전제에서 말이다)
실제로 상반기 프로젝트 수행할 때에 비하면 훨씬 더 많은 업무를 맡고 소화해 왔는데 정신적으로는 훨씬 더 편안하고 만족스러웠다.
그래서 앞으로는 확실히 더 재밌는 걸 하고 싶은 마음이랄까.
2. 연구
다른 포스팅에 밝힌 것처럼, 나는 한때 대학원 입시를 준비했었던 입장이었고 실제로 대학원 연구실에서 인턴 생활을 몇 개월 동안 잠시 했었다.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고 지금 회사로 취업하는 걸 선택하게 되었는데,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여러 이유가 있긴 하지만 공개된 글로 남기기엔 좀 그래서,, 가장 큰 이유는 업계 변화가 너무 빠르기 때문이라고 해두자)
요즘에 와서는 대학원 생각이 없냐는 질문들을 종종 받는데,
'아직 열려있다'고 답변하고 있다.
지금까지 느꼈던 것들을 토대로는 카이스트 AI 대학원에 제일 가고 싶은 마음이고, 사실 원래도 그랬다.
(포스팅에 이런 내용을 구체적으로 포함하는 것은 처음인 것 같은데,,)
여하튼 지금도 연구에 대한 니즈는 내 마음에 크게 자리하고 있다.
그게 연구라는 이름으로 표현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런데 내 노력이 부족했던 것일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원하는 곳들에 진학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느꼈다.
이미 잘하는 사람들도 많고, 그 경쟁에서 내가 가진 차별점도 딱히 없는 상황이라.
그래서 시간이 지나는 동안 내가 연구하고 싶어서 뭘 그렇게 했냐 돌아보면 딱히 뭐가 없다는 걸 알게 됐다.
논문 보고 공부하는 건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딱히 내가 해놓은 게 없다는 사실은 참 부끄러웠다.
직장 동료 중에 굉장히 진취적이고 행동력이 좋은 분이 있었는데, 그래서 목표하는 걸 위해 뭘 하고 있냐는 질문을 주셨고 거기에 답하지 못해 반성하게 되었던 게 기억에 많이 남는다.
안타깝게도 그걸 깨달은 이후엔 실제로 따로 할애할 시간적 여유가 많이 없었다. (핑계를 대자면 그렇다)
그런데 정말 핑계는 핑계일 뿐이라는 건, 직장 생활을 하면서 본인 꿈을 좇아 실현하는 사람들은 존재한다는 사실을 통해 알 수 있다.
지금까지의 나는 항상 자격 부족을 실행하지 않음의 근거로 스스로를 납득시키고자 했다.
수식도 잘 이해 못 하는데, 구현체도 직접 잘 못 만드는데, 논문도 써본 적 없는데, 생각하며 공부하기만 바빴던 것 같다.
근데 이렇게 살면서 나를 바꿀 수 있을까?
이번에야말로 나를 새로운 절벽에 던질 때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절벽에 던졌고.
책임감 갖고 내 개인적인 시간을 쏟을 수 있는 상황들을 만들었는데, 정말 나이가 더 차기 전에 꿈을 위한 과감한 도전을 더 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업무적으로도 이런 자아실현에 도움 되는 것들을 할 가능성이 존재하는데 이 기회를 잘 살려보려고 한다.
구체적인 것들은 private한 내용들이라 킵해두고,,
현재로서도 가장 관심 있는 분야만 기록해 두자면 'LLM 해석'이다.
왜 인공지능을 시작하게 되었느냐에 대해 설명할 때, '언어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해석하다가 컴퓨터공학/통계적 관점에서 해석하게 된 것이 너무 재밌었다'고 많이 답변해 왔다.
이 답변과 가장 관련성이 높은 영역이 아닐까 싶다.
모델이 학습하는 과정을 100% 사람의 방식과 align 시킬 필요는 없겠으나,
우리는 꽤나 많은 것을 사람의 것과 비교하고 있다.
LLM이 (사람에 비해) 굉장히 비효율적인, 들이는 비용 대비 효용이 적은 결과물이라고 설명되는 이유도 사람이 굉장히 효율적으로 학습하고 성장할 수 있는 비교군이기 때문에 그러하다.
또한 한 번 학습된 모델이 추가적인 파라미터 업데이트 없이 knowledge cut-off 될 수밖에 없는 현상도 사람과 비교하여 한계로 지적된다.
프로그램이라는 관점에서는 유기체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이없는 상황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나는 이러한 것들을 해석하기 위해서 LLM 내부의 연산 결과를 뜯어보고, 이를 조사(projection)함으로써 해석하고 비교하는 연구들이 굉장히 재밌다고 느껴진다.
이는 곧 평가와도 직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특히 메타 인지 관련해서), 결국 평가를 통해 모델의 한계를 밝혀냄으로써 더 나은 발전의 실마리를 확보할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여튼 굉장히 추상적이지만 이런 걸 정말 잘하는 기업의 대표주자가 Anthropic인 것 같고.. 그런 자취를 좇아 나만의 길을 만들어 제시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3. 교육, 멘토링, 심사
업계 특성 때문인지, AI 업계의 열풍 덕분인지 다양한 기회들이 많이 주어지고 있다.
지금 근무하고 있는 업스테이지도 AI 교육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재밌는 행사들에도 많이 참여할 기회를 얻고 있다.
지난해도 정확히 셀 수는 없지만 몇 차례 해커톤이나 프롬프톤 등의 심사를 맡게 되었다.
또 인공지능 자체가 워낙 핫하기 때문에 다양한 기회로 직무나 회사를 소개할 기회들이 있었다.
모교에서도 관련 행사를 열 때 감사하게도 기회를 주어서 후배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수도 있었다.
다양한 자리에 참석하며 느낀 점도 많다.
사실 처음에는 그런 기회가 엄청 부담스럽기도 했다.
내 연차가 높은 것도 아니고, 굉장히 뛰어난 실력이나 역량을 갖추고 있지도 않아서 다른 분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확실히 열정이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곳에 가면 더욱더 그런 생각이 든다.
한 가지 기억에 굉장히 잘 남아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정션아시아 해커톤에 심사위원으로 참석했을 때다.
지난여름 포항에서 2박 3일 동안 치러진 해커톤에는 다양한 유형의 참가자들이 있었고 내가 생각지도 못한 결과물들을 제시해 줘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사실 기업 주관/후원의 해커톤에서는 다양한 결과물들이 나오기 쉽지 않다.
해당 기업이 제시한 주제를 보고 그 기업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것들이 뭔지 고민해야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은 '거기서 거기인' 결과물들이 나오는 경우가 많고.
근데 이 해커톤은 AI만을 위해 모인 사람들만 참석한 게 아니고 각자의 포지션과 도메인이 다양했다.
덕분에 여러 해커톤을 다녀보면서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도메인의 유즈케이스들도 접하고,
정말 빠른 시간 안에 완성도 높은 프로토타입을 제시하며 좋은 성과를 가져간 팀들도 구경할 수 있었다.
(참고로 우리 회사 트랙에 참여해 좋은 성적을 받은 팀이 최종 1등을 달성하며 아시아 1위가 되었다)
이를 보면서 앞으로 내 커리어에 대해서도 더 많이 고민하게 되고 (설자리가 없어진..;;) 다른 사람들의 열정을 보면서 자극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한편 아쉬움을 남겨주는 분들도 없었던 건 아니다.
다른 것보다 가장 답답한 건 '본인이 하고 싶은 것조차 정의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질문'을 받는 상황이었다.
예를 들면 이렇다.
- '인공지능 쪽으로 취업하려면 석사가 꼭 필요하다는데 맞나요?'
- '기업에서 석사한테 기대하는 역량은 무엇인가요?'
나도 한때 답을 너무나도 알고 싶었던 질문들이다.
그런데 이런 질문은 사실 아예 의미가 없다.
본인이 뭘 하고 싶은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당연한 이야기 아닐까?
내가 앞으로 순수 개발 영역만 다루거나 프로젝트 매니징을 할 거라면 석사 학위는 필요 없을 것이고, (요구하는 회사도 있겠지만 당연히)
모델을 발전시키기 위한 코어 연구를 하고 싶다면 석사 이상의 학위가 필요하지 않을까?
또한 포지션뿐만 아니라 기업 유형에 따라서도 천차만별인데 어떻게 답변할 수 있을까?
이런 건 요즘 유행하는 말로 'Context Engineering' 능력과도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답변 주체가 알아야 할 관련 정보들을 정돈된 형태로 제공함으로써 질문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고품질 답변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달까.
(너무 막막해서 질문해 왔던 분들에게는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잘 모를 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석사하고 있는 정도의 분들은 질문도 달라야 된다고 생각해서요)
지금도 내가 교육적인 활동이나 기회들에 관심이 많은 건 돈 때문이 아니다.
이 블로그글을 쓰는 것도 그렇다.
(블로그에 붙여놓은 광고도 의미가 0에 수렴한다는 걸 티스토리로 다 전환한 한참 뒤에야 깨달았다. 네이버 블로그가 좋았다..)
비전공자로서 취업하기 위해 정보 획득하는 과정이 너무 어려워 도움의 손길이 간절했고 그때의 내가 찾아보고 도움 요청해 볼 수 있는 건 블로거들 정도뿐이었다.
뭔가를 더 많이 알았다면 링크드인 계정이라도 만들어 이리저리 사람을 찾아봤을 수도 있겠지만 그땐 몰랐다.
그리고 어쨌든 양질의 정보를 오픈소스(?)로 공개해 두는 이 분야의 문화가 너무 좋았고.
그래서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 되는 것들을 남기고 싶은 마음이 컸다. 지금도 그렇고.
최근에도 네이버 부스트캠프 캠퍼분들에게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놓을 기회가 있었는데,
어떤 식으로 소통 기회를 만들 수 있냐 질문을 주셨다.
근데 너무 간단하다. 그냥 댓글이든 메일이든 연락을 해보면 된다.
지속적인 관계로 성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듯 하지만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얘기가 잠시 샌 듯 하지만, 이런 활동들을 하는 이유는 긍정적인 선순환을 바라기 때문이다.
내가 도움받은 것들을 누군가에게 나눠주고, 그게 반복될 수 있는 이 문화가 지켜지길 바라는 작고 순수한 마음이 나의 동기인 듯하다.
지금은 약간의 현타도 느끼고 있긴 한데 좋은 환경과 기회에 나를 노출시켜서 이런 활동들도 오래오래 유지하고 싶다.
4. 개인적인 취미, 운동
위에서는 엄청 바쁜 척을 했지만 사실 요즘 시간이 부족한 주된 원인은 운동이다.
30대부터는 자기관리 안 하면 큰일 난다, 는 말은 사실이었다.
그전에는 '운동할 시간도 사치'라는 생각으로 미뤄왔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어쨌든 일, 공부 등 커리어에 집중하기 위해서 운동을 너무 자주 하는 것은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아마 운동을 해보신/하고 계신 분들은 공감하겠지만, 한 시간 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왔다 갔다 준비하고 씻고 하다 보면 2시간을 쓰게 되어있다.
이걸 매일 하는 건 매일 알고리즘 1문제 빡센 걸 풀고 정리하는 것과 같은 코스트가 든다.
(심지어 육체를 써서 더 힘들다)
그럼에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몸뚱아리가 되어가는 걸 느끼고 24년도 말부터 운동을 시작해서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어쩌면 25년도 한 해 가장 큰 성취/성과는 신체 변화에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운동을 시작했을 때와 지금을 비교해 보면
- 체중 10kg 감량
- 체지방 28% -> 13~14% 유지
- 골격근량 2kg 증가
- 키 2cm 증가 (??)
수준으로 달라졌다.
정확히 이유는 모르겠지만 자세가 펴졌나.. 숨은 키를 2cm나 찾게 되어서 기분이 엄청 좋았던 건강검진이었다.
숫자에도 확실히 변화가 있고 눈으로도 즐거운 변화들이라서 그런가 운동이 엄청 재미있게 느껴진다.
운동이라고 해봤자 그냥 헬스장 가는 것 정도이기도 하고.. 음식도 조절하면서 먹는 게 확실히 건강한 신체를 갖추고 있다는 기쁨이 큰 것 같다.
부작용이라면 부모님한테도 단 것좀 그만 먹으라고 잔소리를 많이 하게 되었다는 것..?
근데 재미가 있다고 해놓고 사실은 음주를 즐기느라 생각했던 것만큼 자주 헬스장에 가지는 못했다.
생각하는 적정 수준은 주 4-5회인데, 올해는 평균 5회 정도를 유지해보고 싶어서 신경 써서 일정을 조율하는 게 목표다.
특히 1월은 매일 운동하는 걸 목표로 하루도 빠짐없이 의무출석을 시도했고 지금까지 완벽히 성공했다. (30일 연속 운동!)
운동 시작할 때부터 '유지 가능한 수준의 운동하는 삶으로의 변화'를 꿈꿔왔는데 꽤나 잘 이뤄지고 있는 듯하다.
어쨌든 재밌으니까 꾸준히 할 수 있는 것 같고.
5. 마치며
개인적으로 이 블로그의 정체성을 '기술 블로그'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이런 스타일의 회고를 적는 게 맘 편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의외로 더 디테일하게 정리하고 싶었던 내용들도 덜어내게 된 것 같고.
그럼에도 돌아본다라는 건 의미가 있는 행위로 느껴진다.
1년을 돌아보기에 오히려 너무 짧은 시간 글을 써서 아쉽기도 하고.
나는 노션에 매일 같이 일기를 쓰고 있다.
거의 책에 달하는 분량이 쌓인 지 오래인데.
사실 쓰기만 하는 것으로는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없는 것 같다.
다시 꺼내어보지 않는 사진첩 속의 사진들은 의미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돌아봄으로써 의미를 완성시켜 주는 게 아닐까)
뭔가 고민이 되고 헷갈리는 점들이 글을 쓰며 정리되기도 하는데,
앞으로 이 블로그를 어떻게 운영할지는 해소가 안된 것 같다.
어쨌든 본질적인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로 만들고 싶지는 않기 때문에..
그래도 나에게 제일 만만하고 재밌는 게 논문 리뷰이니까 그런 글들이 종종 쓰이지 않을까 싶긴 하다.
지난해를 돌아본다는 것은 단순히 어떻게 살았는지 떠올려보기 위함만은 아닐 것이다.
대부분 올해 더 잘살고 싶어서가 아닐까.
26년도의 나를 회고하는 시점엔 훨씬 더 많이, 크게 성장해 있길 바라며 뒤늦은 회고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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